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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음악/박정현 스페셜

박정현 스페셜 (1집 PIECE)

 오늘 박정현 스페셜 2개 올리게 되네요.. ㅎ 종이에 써 뒀기 때문에 업글이 빠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album



 앨범 자켓사진에서의 박정현은, 파스텔 톤의 아주 오래된 사진과도 같은, 거의 색이 바랜 듯한 흑백의 이미지에서 보이는 박정현의 모습은 순수함 그 자체이기에 눈부시다.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소년처럼 땅바닥에 무릎꿇고 앉아 해맑게 웃는다거나, 어딘가에 기대고 앉아 살짝 불편한 듯한 옷을 입고 쑥쓰러운 듯 어색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볼 때면, 꼭 나를 보고 웃는 것 같다. 눈이라도 마주칠 때면 가슴이 두근두근 거려서 잘 쳐다볼 수도 없는 어렴풋한 기억속의 첫사랑을 연상시킨다. 몰래 뒤로 다가가 안아주고 싶을만큼 귀엽고 예쁘다.

 이것이 연분홍빛이 잘 어울릴 듯한 이번 앨범의 컨셉이다. 아직 20대 초반의, 그러나 10대로도 느껴지는 그 순수함이 앨범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져 더욱 빛나고 있다.

 곡들도 전체적으로 그런 순수함을 바탕으로 만들어 졌다. 이따 각 각 곡 소개할 때 비슷한 단어들이 많이 나오더라도 이해 해 달라. 어쩔 수 없었다. 아직 풋풋함과 순수함이 묻어있는 듯 한, 때묻지 않은 가녀린 고음으로 노래한다. 첫 사랑의 감정, 상처, 후회를 담아서 더욱 아름다워지는 노래나, 혹은 귀여운 고민이나 발상들이 묻어난 가벼운 노래들이 이 대부분이다. 파릇파릇한 새싹같은 느낌들이고 세상사에 닳고 닳아서 찌들어 버린 듯한 느낌은 전혀 없다.

 앨범 타이틀 PIECE는 그녀의 첫 데뷔 앨범이라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수 많은 것들 중에 이번 앨범은 그 첫번째 조각이며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보여 주겠다는 뜻이다. 수 많은 조각들 가운데, 가장 때 묻지 않고 순수한 그녀의 감성. 그 조각만을 담아 우리에게 보여주려 하는 것이다.

 
track

 01track. Intro     작사 작곡 편곡: 박정현
 고요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자신의 조각을 계속 찾겠다고 영어로 말하고 있다. 반주 전혀 없이 그녀의 목소리와 그녀의 코러스들만으로 화음을만들어 부르고 있다. 살짝 단순하고 조용하지만, 짧은 시간 사이에 청취자를 90년대 후반의 로맨틱하고 아날로그적인 따뜻한 감성으로 돌려놓고 곡은 마무리 짓는다. 곡이 끝나고 다음곡이 나오기 전까지의 여운이 상당히 길게 느껴진다. 곡이 끝나고 생각 해 보면 상당히 웅장했던 것 같은 느낌이 나는 것 같다.

 02track. 나의 하루     작사 작곡: 윤종신, 편곡: 박용준
 '윤종신은 천재다'라는 생각을 이 곡을 듣고 나서 처음 했다. 멜로디가 너무 좋고 가사도 환상적이다. 그리고 박용준씨가 편곡도 잘 하신 것 같다. 편곡에도 별 다섯개를 주고 싶다. 상관 없는 듯 하면서 곡과 절묘하게 잘 어울리는 단순한 전주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낭만적인 분위기를 유지시켜 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말 하지는 못하고 뒤에서만 바라보는 '나의 하루'를 담은 곡이다. 낡은 건반악기의 구슬픈 멜로디와 소리가 애틋한 감정을 매우 잘 살려주어서 안타까운 감정을 갖게 되고 눈물을 글썽이게 한다. 윤종신이 휴일까지 반납해 가면서 박정현에게 발음과 가사의 의미 하나하나를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단어 하나하나에 짝사랑의 애틋한 감정들을 알알이 담아낸 것 같다. 
 
 03track. P.S I Love You     작사: 하해룡, 작곡: 김덕윤, 편곡: 박용준
 이 노래 들어본 사람치고 여기에 빠지지 않은 사람 아직 한 명도 못 봤다. 대중음악과는 별 관련 없는 우리 아버지까지 그냥 스쳐지나가는 듯 듣고 나서 제목을 물었던 곡이다. 그리고 무대에서 마지막 곡으로 이 노래를 불렀을 때 앵콜이 없는 경우도 없었던 것 같다. 앵콜을 외치지 않는다면, 노래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탓이다. 보통 곡이 끝나고 잠시 후에 앵콜을 외친다. 주 멜로디는 '박정현 forever' 앨범에서 '첫눈'이란 노래에서 먼저 사용된 것이지만, 세상에 빛은 이 곡이 먼저 보게 되었다. 멜로디는 같지만 느낌은 많이 다르다. 박용준님이 편곡을 너무 잘 하신 듯 하다. 작사와 작곡도 언급하기가 싫을 정도로 잘 했다. 내가 곡이 좋다고 소개를 해 줘서 사람들이 들은 다음에 좋다고 따라하면 나 때문에 그렇게 느낀 게 될 가봐 소개 하기도 싫었었다. 그냥 들어보라고 말 하고 싶다.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곳이다. 첫 사랑의 순수하고 풋풋한, 사랑이 듬뿍 담겨 있는 가사를 말고 고운 목소리로 잘도 표현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에 푹 빠져서 지나간 추억들과 첫사랑의 아름다웠던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우수에 잠겨있다가 끝날 때 쯤 가녀린 목소리로 돌고래 옥타브를 낼 때 쯤이면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그동안 농축되어 온 모든 감정들을 맑은 눈물방울에 실어 보내게 된다. 도대체 뭐 이런 노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대단한 곡이다. 필자는 이 곡을 인간들이 썻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늘의 천사가 몰래 인간세계에 주고 간 선물이라고 생각된다. 서로 싸우고, 배신하고, 모함하고, 죽이기도하는 인간들은 이런 노래를 만들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천상의 노래를 훔쳐다 하해룡, 김덕윤, 박용준씨에게 나눠준 그 천사는 지금즘 프로메테우스처럼 바위산에 묶여 형벌을 받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처럼 신체건강하고 건전한 정신이 깃들 멀쩡한 젊은 남자를 대낮에 넋놓고 시나 쓰게만드는 최고의 곡이다. 직접 들어보면 알 것이다. 내가 오바한다거나 과장하고 있는 게 아니란 것을. 가능하다면 이 곡을 금세기 최고의 아름다운 곡 1위에 올리고 싶다. (20세기 곡이라서 무효?)

 04track. 2gether     작사: 조원선, 작곡 편곡: 조원선 김흥순
 발랄하고 경쾌한 리듬의 곡이다. 어린 생각들이 느껴진다. 이렇게 리듬감 있는 곡은 1집이 아니면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곡이고, 어린 사랑의 예쁜 감정을 다루고 있다.

 05track. 반전     작사: 유유진, 작곡: 이현정, 편곡: 곽영준
 떠나간 연인에게 그가 없는 시간들이 싫다고, 자존심쯤 버릴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마음 속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에 슬퍼한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슬프지만은 않다. 슬프고 후회한다고 말하지만, 금방 상처를 치유하고 잊을 수 있는 긍정적인 힘을 가진 깨끗한 목소리로 불러서 그런 것 같다. 1집앨범은 뭘 해도 귀엽고 예쁘다. (나 이쯤에서 애정결핍같이 보여지는 것 같다. 그런거 아니다...-_+) 리듬감 강한 드럼 반주가 많은 것도 1집 앨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드럼반주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곡이다.

 06track. The Player(Featuring Players)     작사 작곡 편곡: MGR
 참 재미있는 곡이다. 라이도 주파수를 맞추다가 노래를 흥얼 흥얼 거리는 것으로부터 노래의 문을 연다. 자메이카 랩을하는 남자와 박정현이 대화하는 것 처럼 랩하고, 노래한다. 친구의 남자친구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데, 그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의 갈등하는 심리를 선과 악 구도로 나누어서 싸우고 있다. 물론 남자목소리가 악이다. 여자의 목소리는 설마 자기가 뒷통수를 치겠느냐며 친구를 안심시키고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나중에는 혹시 자기가 맘이 변해서 친구의 맘을 아프게 한대도, 자긴 친구니까 친구에게 자기를 미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미 마음이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생들이 사랑놀음때문에 고민하는 것을 들었을 때 처럼 깜찍한 기분이 든다. 랩과 반복되는 구조. 리듬감 강한 빠른 템포가 경쾌하고 신난다.

 07track. 오랜만에(Acoustic Version)     작사: 윤종신, 작곡: 이현정, 편곡: 박용준
 윤종신은 정말 슬픈 가사의 달인이라고 불러주고 싶다. 잘 했고, 노래도 명곡이다. 1집들의 노래는 대부분 롱런하면서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사랑받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노래가 많은데 이 노래도 그런 명곡 중의 하나다. 뒤에 가면 오랜만에 R&B버전도 따로 준비되어 있다마, 지금 같이 묶어서 설명하겠다. 거의 비슷한데 R&B버전은 기교가 더 많이 섞여 있고 목소리에 셈여림의 조절을 크고 섬세하게 한다. 반주도 리듬감이 강하고 웅웅 하면서 소리가 울린다. 오랫만에 만난 헤어진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자신과 헤어지고 거의 힘들지도 않은 것 같은 그 사람을 약간 원망하는 듯 하다. 애틋한 감성이 살아있는 노래다.

 08track. 요즘 넌…     작사: 강지훈, 작곡 편곡: STORY
 자기만을 바라보고 막 매달리던 사람이 갑자기 변한 것에 대해 단순하고 직설적인 어조와 단순하고 경쾌한 리듬으로 말 하고 있다. 애정이 식었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면서 쿨한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09track. 사랑보다 깊은 상처 (Duet with 임재범)     작사: 최원석, 작곡 편곡: 신재홍
 역시 사람들의 가슴속에 오랫동안 남아있는 곡이다. '오랫동안 기다려 왔어'라는 가사와 어쿠스틱한 피아노의 소리는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임재범의 거칠지만 절제된 호소력있는 목소리와 감성, 그리고 박정현이 어우러져서 환상적인 명곡을 만들었다. 목소리만으로 따지면 극과 극에 서 있는 대비되는 목소리지만, 화음이 너무 잘 어울린다. 따라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지만, 남자도, 여자도, 따라 할 수가 높이이다. 차마 노래방에서 부를 수는 없다. 몇 키는 낮춰야 겨우 부를 수 있다. 하지만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과 부르는 것은 모든 커플들의 로망이다. 화음부분이나 '나는 상상했었지 나의 곁에 있는 널'부터 후렴구가 포함된 절정부에 다다르면 눈시울이 확 하고 달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10track. 다시 받아주겠니?     작사 작곡 편곡: MGR
 다른 곡들과 조금 다르다. 이상한 여자의 숨소리 섞인 영어 독백으로 시작된다. 끝부분과 시작부분 중간부분 몇 몇 단어는 들리는 데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곡의 분위기가 약간 다르다. 슬픈 멜로디라거나 반주는 아닌데, 어찌보면 살짝 신비하거나 몽환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슬픈 감정이 강하게 묻어난다. '다시 나를 사랑하기엔 상처가 너무 큰거니? 날 보는 너의 차가운 눈빛이 할 말을 잃게 해 버리는 걸.' 이라는 후렴구에 강한 사랑에대한 미련의 감정이 남아있는 것이 느껴진다. 중독적이지 않은 멜로디와 가사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머리에서 멤돌고 떠나지 않는다. 후렵구를 계속 반복하면서 페이드아웃으로 사라진다. 

 11track. 오랜만에 (R&B Version)     작사: 윤종신, 작곡: 이현정, 편곡: 곽영준
 앞에 나왔던 곡이지만 알앤비 버전이다. 이미 설명은 했다. 앨범의 마지막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면서 따뜻하게 데워진 감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잘 갈무리 하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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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이 앨범을 발표하고 가요계에 상당히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주로 '미국에서 신인 괴물이 굴러들어왔다!' 였다 예전에 한 방송에서 임창정씨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신인 가수들끼리 모일 기회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어떤 여성분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당당히 나가서 굉장히 어려운 노래를 멋있게 소화해 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여성의 옆에 앉은 어떤 사람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서 노래를 한 곡 불렀고, 그 옆의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임창정은 순간 당황했다고 했다.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 자신이 먼저 불렀던 게 묻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노래를 부른 사람이 박정현씨라고 한다. 정말 처음 보는 사람이, 예고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서 한국 여성을 대표하는 가수가 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후로 4집때까지 그다지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조용한 앨범 판매로 꾸준한 상위권의 앨범판매량을 기록하고 골수팬들을 불러모으면서 한국 최고의 여성가수가 되었고, 2002년 월드컵때는 한국 대표로 브라운아이즈와 월드컵 송 'Let's get together now'를 부르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더 하고싶다.

 이 무렵의 박정현씨는 매우 조용하고 조신한 성격으로 비춰졌는데, 옷차림이나 머리 등등 컨셉과 노래의 영향도 있었지만, 그 당시 한국어를 거의 못하고 잘 알아듣지도 못해서 방송에 나가서도 말도 잘 못하고 그냥 앉아 있었던 거라고 한다. ㅎㅎ 

 곡 설명 중에서도 설명했지만, thanks to에도 나와있는 윤종신에게 이런 앨범을 만들어 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박용준씨나 다른 훌륭한 아티스트도 많이 참여했고 공헌했지만 '한국의 윌튼 존'이라고 불리는 구강구조의 제왕 윤종신씨가 휴일까지 반납해 가면서 아직 한국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박정현에게 직접 발음지도와 단어의 의미들을 하나하나 가르쳐 줬다고 한다. 이렇게 훌륭하게 모든 곡을 소화해 낼 수 있었던 요소 중의 하나가 윤종신씨이다. 
 
 
 P.S) 힘들지만 박정현 스페셜은 계속 달린다.. 전곡 다 소개할 때 까지 한다. 물론 다른가수들에 대해서도 소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게 끝날 때 까지는 조금 다른 가수들에 대한 업글이 느려질 수도 있다. 몇 개 생각 하고 있는 다른 프로젝트들. 이를테면 '착한 노래 컬렉션' 이라거나 '몽환적인 노래 특집.' '동양적인 노래 퍼레이드'같은 것들을 진행하려면 박정현 스페셜이 다 끝나고도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음악 말고 문학에 대한 것도 다루기로 한 블로그였으니... 바쁘고 힘들다. 또 당분간은 개인사정으로 인해 포스팅이 중단 될 수도있다. 여러가지 분야를 다룬다고 해서 질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모두 나름 관심이 많은 분야이고 어차피 조금 더 큰 관점에서 보면 하나로 묶이는 '예술'이다. 가수 윤종신이 작사와 작곡 둘 다 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다른 분야라고 꼭 구분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아마추어의 입장에서 일반적인 사람들이 필자가 설명하는 작품들을 더 잘 이해하고 알아줬으면 하는 글 들이다. 그럼, 다음에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