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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음악/사설

카시오페아가 주장하는 뮤직뱅크 논란, 바람직한 방법은?


 일단,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필자는 항상 이런 문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하려고 애써 왔었고, 그들을 위한 기사글을 많이 썼고, 또 논란을 불러 일으키지 않기 위해 신경 써서 기사글을 쓰고 노력해 왔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에 대해 '실망'했다는 것을 먼저 전하고 싶다. 글을 쓰면서 기분이 썩 좋지 못하다.

 아이돌, 아이돌, 아이돌. 아이돌 가수는 참 기사거리도 많이 몰고 다닌다. 잠깐 조용해 졌다 하면 또 사고가 터지고, 논란이 생긴다. 초등학생 수준의 댓글 싸움을 보는 것도 지겹고, 그렇다고 관심을 끊을 수도 없다. 

 이번에는 뮤직뱅크 논란이다.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의 순위선정방식이 잘못됬다는 것이다. 하나에 500원 정도 하는 음원은 순위선정 과정의 점수 합산에 포함되지만, 만원이 넘는 음반은 순위선정에 있어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음원의 가치가 음반보다 높다는 뜻이 되고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점수 합산 방식을 바꾸라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맞는 말이다. 이런 의견은 필자도 예전부터 갖고 있었고, 예전에 음반 판매량이 순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블로그는 아니었지만, 관련 글도 많이 올리고, 강력하게 어필했었다. 물론, 완벽하게 '씹혀'버렸지만.

 일단 이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라 줘서 상당히 반갑다. 음반이 음원보다 가치가 떨어지다니, 순위선정의 점수를 합산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음반인데 가장 중요한 음반을 아예 배제시키고 상대적으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음원이나 인기투표 따위로 점수를 내야 하다니. 말도 안된다. 이런 당연한 문제로 의견 충돌이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그리고 이런 방식을 사용하게 된 지가 언젠데, 이제와서 바꾸는 건 아니라고 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이런 방법을 사용 했다는 사실에 문제의식을 가졌어야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사실에 인과성을 부여하는 슬픈 사실은, 이런 논란들이 순위선정과정에서 '음반점수와 음원점수의 적정 비율이 얼마냐?'에 관한 논쟁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게서든 자기들이 좋아하는 가수가 1위를 했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문제일 뿐이다. 손에 잡히는 건 뭐든, 지푸라기든 밧줄이든 가리지 않고 끌어 당기는 과정에서 어쩌다 걸린 문제일 뿐이다. 정작 중요한 문제가 아예 소외되어 있다는 것. 이것이 가장 슬픈 일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저 자기네들이 추종하는 가수들의 1위 여부이다.

 '카시오페아' 그 이름도 찬란하다. 동방신기의 팬클럽 이름이다. 그러나 카시오페아가 숫자가 많긴 하지만, 아이돌 치고는 약간은 마니아틱한 음악을 추구하는 그룹이고, '광신도'는 많이 거느리고 있지만, 다른 아이돌 그룹. 예를 들면 원더걸스만큼의 '대중성'은 가지고 있지 않다.
 
 지금 동방신기가 새 앨범을 낸다면, 오랫만에 대형 아이돌의 '정면대결'이 벌어진다. 원더걸스와 동반신기의 싸움이다. 원더걸스는 동반신기만큼의 집단적이고 단결력 강한 팬들은 다소 부족하지만 모든 대중을 상대로. 어쩌면 모든 '남성'을 상대로 활동을 하는 그룹이다. 반면에 동방신기는 일부 '여성'을 상대로 활동을 한다. 음반판매량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음원판매량에서 1위를 할 만큼 노래가 좋지 못하다면, 인기투표에서도 불리해 질 수도 있다. 가수가 1위를 하지 못하는 게 뭐가 그리 큰 문제인가 싶긴 하지만, 어쨋든 그렇게 된다면, 동방신기가 원더걸스와의 정면대결에서 패배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카시오페아는 바빠졌다. 원더걸스에 비해 압도적으로 앞설 것이라 생각되는 음반판매량 잡고 늘어져야 한다. 그리고 원더걸스의 팬들은 어떻게 해서든 이것을 막아야 한다. 불리하게 적용될 지도 모를 규칙이 만들어 져서는 곤란하다. 그래서 동방신기의 팬들은 강력하게 순위선정방식의 변경을 요구하고, 원더걸스는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내가 그토록 순위선정방식에 문제가 있느니 어쩌니 저쩌니 떠들때, 간단하게 무시해 버렸던 사람들이다. 이제와서 필요해 진다고 바꾸려고 하다니, 괘씸하다.

 하지만 괘씸하다고 해서, 그들의 의견에 반대할 수 없다. 어쨋든 궁극적으로 그들이 주장하고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맞는 말이라고 응원 해 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여기서 대놓고 찬성을 하면서 한 쪽을 지지한다면 동방신기를, 반대를 한다면 원더걸스를 응원하는 것이 된다.  

 누가 한국인 아니랄까봐,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관심을 가지고 둘 중 하나를 응원해 줘야한다. 그런 건 싫다. 여기에 대해선 어느 쪽이 맞다. 틀렸다 언급하며 지지하지 않겠다. 어차피 지금의 그들은 옳고 그런 쪽에는 관심도 없는 것 같다. 누굴 지지한다고 하면 반대쪽에서 엄청 물고 늘어질 것이다. 나는 어느 한 쪽을 응원하지도 않았는데, 그런 일들을 당한다면 억울하다.

 다만, 그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이 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자기네들이 '왜' 이런 문제에 목숨을 거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냉정하게 판단해 보라는 것이다. 

 본인이 추종하는 가수를 떠나서, '무엇'이 이런 논쟁의 진짜 포인트인지를 가장 먼저 판단해야 하고, 대체 '왜' 갑자기 순위 선정방식을 갑자기 바꾸려고 주장하거나 반대하는지. 순위 선정방식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이거나 가장 적당한 계산 방법을 위한 것인가, 단순히 좋아하는 가수가 1위를 하기를 원하는 것인가를 생각 해 보고, 그리고 그 결론을 바탕으로 '어떻게'해야 그것을 옳은 방법으로 이룰 수 있게 될는지를 판단해 보라는 것이다.

 좋은 결론이 나기를 바라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