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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음악/박정현 스페셜

박정현 스페셜 (6집 come to where I am)

  박정현 스페셜.. 너무 많아서 다 올리지 못하겠습니다. 프로필이나, 소개, 다른 앨범 리뷰 등등은 나중에 천천히 제작해서 올리겠습니다. 일단 6집 먼저 공개합니다..



come to where I am


 앨범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한 초대를 받았다. 그러나 어디로 오라는 지, 언제까지오라는 지에 대한 별 다른 설명이 없다. 도대체 어디로 오라는 걸까? 앨범 자켓의 배경이 된 그곳으로 오라는 것일까? 어딘지는, 알아서 찾아서? 아니면, 속지에 별도로 첨부된, 6집 발매기념 콘서트로 찾아오라는 이야일까?


 각종 매체들에서의 인터뷰에 의하면, 자신의 음악적 세계로의 초대란다. 그녀가 있는 곳, 그녀의 음악, 그녀의 세계로의 초대.



album



 일단 박정현 6집은 다루기가 굉장히 힘든 앨범이었다. 똑같은 앨범을 2장씩이나 사서 한 장은 포장도 뜯지 않은채 전시 해 두고, 나머지 한 장은 막 들고 다니면서 쓸 만한 여유가 없는 나로서는 종이재질로 된 앨범을 구입해야 하는 순간이 오는 것이 너무 싫다. 더군다나 요즘은 종이재질로 만드는 앨범이 너무 많다.


 사진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겠다. 앨범은 노래 열 몇 곡을 인기순서대로 배열해 놓고, CD에 담은 다음 적당히 팬서비스 차원에서 찍은 사진 몇 장과 가사집을 수록해 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앨범은 디자인, 사진, 음악, 배열 순서, 그리고 그걸 듣고 느끼는 것이 합쳐졌을 때 진정한 앨범이요 예술이 될 수 있다.


 처음 앨범 사진을 보았을 때, 가사집을 읽었을 때, 이어폰을 귀에 꽂았을 때, 공통적으로 머릿속에 떠올랐던 단어가 있다. 바로 'casual‘이다. 격식을 차리지 않는, 자유로운, 편한 따위의 단어로는 그 모든 어감과 이미지를 대체 해 낼 수가 없었다. 그저 캐쥬얼 자체다. 마치 박정현 6집을 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 같았다. 항상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편안하고 사랑스러운 외모, 웃을 때 생기는 보조개와, 까무잡잡한 피부, 간드러지는 목소리. 박정현을 담은 단어는 캐쥬얼이다.



6즙


 흔히들 가수들에게 있어 6집 앨범은 ‘육즙’으로 표현된다. 단순히 비슷한 발음을 이용한 언어유희라기에는 그 의미가 너무 잘 어울린다. 대부분의 가수들은 6집 앨범을 발매 할 때 쯤 되면 중견가수가 된다. 그리고 그에 걸맞는 포스(?)가 나온다. 소속사에서의 영향력도 어느정도 커져서 가수 본인이 추구하는 음악을 할 수도 있고, 자신만의 세계의 틀을 잡을 수 있는 단계다.

 항상 변화를 추구해 오던 가수들도 6집쯤 되면 변화하는 와중에서도 자기만의 틀을 잡는다. 반대로 항상 변함없는 음악만을 추구해 오던 가수들도 6집이 되면 달라지는 모습을 보인다. 항상 모든 이에게 있어 변화란 모험이고 도박이다. 자신의 바뀐 모습이 사랑받을지, 외면받을지는 관객의 몫이기에 가수들에게 변화란 큰 위험을 무릅쓰고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6집의 경우에는 다르다. 변화란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동안의 자신도 몰랐던,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믿었던 껍질들이 자연스럽게 벗겨지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위험부담은 물론 존재하지만, 역시 자연스러운 변화이기 때문에 큰 거부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중견가수의 매력을 한층 더 발산할 따름이다.

 

 박정현은 98년 처음 데뷔때부터, 지금까지 6장의 앨범을 만들어오면서, 상당한 음악적인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 냈다. 매번 앨범을 낼 때마다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고, 변화로 인한 거부감이 아니라. 사람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어른이 되는 것 처럼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성공적으로 보여줬다. 변화의 방향도 자연스러웠다. 데뷔때부터 지금까지의 박정현의 음악적인 변화들을 개괄적으로만 이야기 한다면, 데뷔 초기에는 알앤비와 재즈 중심의 어쿠스틱하고, 순수한 느낌의 조용한 곡들이었다가, 시간이 갈수록 스케일이 커지고, 다양해지고, 풍부한 느낌의 사운드를 추구해 왔다고 할 수 있겠다. 남들이 하는 것 처럼 장르로 음악을 구분지을 수도 없다. 박정현 6집을 표현하는 장르로는, 보사노바, 알앤비, 재즈, 발라드, 팝 등이 있지만, 어느 것 하나를 정답이라고 하기에는 이번 앨범은 음악적으로 너무 풍부했다. 사람이라면 모두가 다른 삶을 살아 가드시, 박정현이라는 사람 그 자체를 담은 그녀만의 음악을 장르로 뭐라고 구분지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번 앨범은 그냥 캐쥬얼했다.

 이전보다 훨씬 캐쥬얼하고 스케일이 커지고, 풍부해지고 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이상하게 1집과 박정현forever같은 초기의 모습들이 많이 나타난다. 1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음악적 세계를 돌고 돌아, 훨씬 커다란 사람이 되어 과거의 음악적 세계로 회귀했다. 데뷔 10년 동안의 육즙을 잘 우려낸 결과, 첫 데뷔할 때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온 것 같다.


 가장 박정현답다.



artist


 이 앨범에 참여한 음악가들은 한마디로 ‘후덜덜’이다. 드림팩토리의 다크히어로 ‘황성제’씨가 박정현씨와 ‘코-풀어두셔’로 참여를 했고, 황성제씨 부터 시작해서 심현보, 강은경, 윤사라 등 내로라하는 음악가들이 총출동했다는 사실만으로 음악적 측면에서는 기대 할 만 하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영화라면 시사회도 전에 평점을 매겨도 무방하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박정현씨의 앨범 참여도이다. 명목상의 프로듀싱이 아닌 처음부터 끝까지의 앨범작업을 총괄했고, 미친듯한 한글 공부를 통해 그동안 ‘넘사벽’이었던 언어의 장벽을 말끔히 넘은 듯 해서 반갑다. 직접 작사한 곡만 무려 5곡. 심지어 그 중의 2곡은 한글가사이다. 교포출신이라는 단점 때문에 미뤄둬야만 했던 싱어송라이터의 꿈이 드디어 이루어 졌다. 작곡은 무려 10곡이다. 그런데 그 중 황성제씨와 공동작곡한 곡만 무려 6곡이다. 누가 공동작업 안했다고 할 까봐 좀 티를 내고 싶었나보다. ㅋㅋ



music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뭐라고 평가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냥 놀랍고, 감사하다. 황성제씨와의 완벽한 호흡에 놀랐고, 인간이 이런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박정현씨와 동시대에 태어나서 이런 음악을 듣게 해 준 신에게 감사했다.


 좀전에 언급했다시피, 음악을 전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캐쥬얼이다. 박정현스러운 음악이다.

이것보다 더 나은 묘사를 찾기가 힘들 정도로.

 

음악에 대한 개개의 평가나 느낌들을, 너무 상세하게 하지는 않겠다. 충분히 전문가스럽지 못한 나의 식견이 두렵고, 완벽하게 표현 해 낼 수 없는 표현력이 원망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음악에 대한 간략한 소개는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01track. Funny Star     작곡:박정현 작사: 심현보
 1번 트랙의 곡이다. ‘앨범의 첫 번째 곡의 임무에 충실했다.‘ 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intro의 역할을 겸하고 있다. 단순히 mp3로 좋아하는 음악만 다운받아 듣는 사람을 조롱하듯, 앨범 통째로 들었을 때에만 느낄 수 있다.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표현해 주고, 일상의 세계에 빠져있던 음악 청취자들을 박정현의 세계로 쉽게 빠져들 수 있게 인도해 준다. 경쾌한 사운드와 착착 감기는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02track. 눈물빛 글씨     작곡: 박정현 황성제, 작사: 강은경

눈물빛 글씨. 제목부터 가사가 아주 서정적이고 인상적이다. 사랑.. 그게 뭔데, 여자는 사랑을 먹고 등등 최고의 곡들을 작사해 오셨던 강은경씨가 직접 펜을 드셨다. 

 

03track. 달아요      작곡: 박정현 황성제, 작사: 윤사라
 보사노바 풍의 곡이다.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왜냐면.. '노래가 참 달아요.' 박정현의 착착 감기는 목소리와 흥겨운 반주가 기분을 좋게 만든다.


04track. 마음이 먼저   
 작곡: 박정현 황성제, 작사: 윤사라

 피아노 반주가 노래와 잘 어우러져서 잔잔하지만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은 특이한 느낌을 준다. 박정현 특유의 과격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기승전결 구조가 잘 만들어 졌다.

05track. The Other Side   
 작곡: 박정현 황성제, 작사: 박정현

항상 반대의 경우를 생각하라는 대단한 교훈을 주려고 만든 곡이다. '내이름은 마리아'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1인칭 시점의 주인공이 방백을 하는 구조다.(국어시간 같다...-_-;;) 1절과 2절 모두 마리아가 주인공이지만 반대의 경우를 놓고 있다. 멜로디도 살짝 경쾌하지만, 사람을 안심시키는 목소리와 보사노바 풍의 리듬 덕택에 편하게 들을 수 있다.  

06track. Hey Yeah   
 작곡: 박정현, 작사: 박정현

 첫번째 영어 노래다. 아... 이거 해석 해서 설명 해야하나? -_-;; 못 알아들어도 즐길 수 있으니 신경 쓰지 마라. 어쨋든 대부분 피아노 반주로 이루어 져서 곡이 참 단정하고, 신난다. 과격하게 신나지도 않아서 역시 편하게 들을 수 있다. 박정현의 앨범은 다른 가수들과는 약간 다른 의미로 이지리스닝이다.
 
07track. 믿어요     작곡: 박정현, 작사: 강은경
 14살 때 쓴 곡이란다. 난 14살 때 뭐 하고 있었더라...-_-;; Believe에 한글가사를 붙였단다.  돌아올 그대를 믿는다는 내용이다. 꿈 꾸는 사람에게만 꿈은 이루어진다고.


08track. 헤어짐은 못됐어요     작곡: 강화성, 작사: 심현보
 

 세션 맨 뒤쪽에서 박자를 맞춰주는 것 같은 기타소리가 듣기 좋다. 피아노 반주도 화음이 참 맘에 든다. 헤어짐은 못됐다니, 제목이 상당히 귀여워서 누가 작사했나 보니 심현보가 작사했다. 참 생긴거랑 안어울리게 노는 아저씨같다. ㅋㅋ

09track. 우두커니
     작곡: 박정현 황성제, 작사: 강은경
이별을 두려워 하는 여성의 노래다. 애절한 가사와 애절한 목소리와 쓸쓸한 멜로디와 반주가 잘
어우러진다.


10track. 순간     
작곡: 김찬진, 작사: 박정현

그대와의 행복햇던 순간을 추억하는 지금 이 순간이 좋다는 곡이다. 오래된 추억을 담고 있는 것 처럼 물에 살짝 번진 물감같은 몽롱한 반주에 분위기는 더욱 좋아진다.

11track. Smile   
 작곡: 박정현 황성제, 작사: 박정현

이 노래가 너무 좋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줬다니 하나같이 반전이 매력적인 노래란다. 조용조용하게 가다가 갑자기 분위기 반전되면서 막 소리지른다. 100여명의 박정현이 Smile 하고 외치는 것 같다. 이번 앨범중에 아마 편하게 들을 수 없는 유일한 노래가 이 노래 같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면서 온 몸이 흥분되고 땀까지 흐른다. 노래를 듣다가 소름이 돋거나 눈물을 흘릴 수도있다. 성시경이 꼭 집어 이 노래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박정현씨가 새로만든 영어노래를 들려줬는데 완전 팝송같고 너무 좋아서 심장이 너무 많이 뛰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앨범에 그럴 만한 영어노래가 이거밖엔 없다. 무지하게 좋은 노래다. 영어를잘 모른다면 노래를 다 듣고 나서 기억에 남는 가사는, 그냥 Smile! 이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으니까 웃으라고.

12track. Everyday Player   
 작곡: 박정현, 작사: 박정현

앨범을 분위기 있게 마무리하는 영어 노래이다. 듣기 편하고 자연스럽다. 마지막 곡으로 딱 좋다. 가사도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outro 같다.(다른 외국인 노래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아 듣겠는데 박정현 외국어 노래는 도저히 모르겠다...-_-;)


박정현의 곡들은 앨범으로 들었을 때가 가장 완벽하다.


 최근 일본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들었다. 알앤비가 생소한 일본에 알앤비의 여신이 직접 방문을 한다고 하니 현지에서도 음악가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 분위기이다. 홍보만 잘 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믿는다. 2005년즈음의 일본활동에서도 홍보부족 등으로 인기는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그녀가 직접 섰던 무대마다 그녀는 관객들을 신인에 불과한 박정현의 놀라운 가창력에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성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