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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음악/박정현 스페셜

박정현 스페셜 (2집 A SECOND HELPING)

 솔직히 말해서, 박정현 2집은 다소 다루기가 힘들었다. 종이박스로 둘러싸여있어서 만지기가 힘들었다는 뜻은 아니고, 앨범 컨셉이 좀 난해하다. 빨간색과 검은 색을 위주로 만들어 져서, 처음 종이 박스에서 앨범을 꺼내려고 하다가 온통 새빨간 사진집이 툭 하고 떨어지는 바람에 깜짝 놀랐었다. 사진집은 분리되어 있었는데, 사진이 거의 흑백이거나, 색깔이 있어도 그리화려한 색감은 아니고 분위기가 어둡다. 사진이 있든 페이지가 총 16페이지였는데, 웃고있는 사진이 단 한 장 뿐이다. 얼굴은 목까지 하얗게 화장했으며, 눈은 마치 다크서클이 생긴 것 같다. 눈썹은 다 밀고 새로 그린 것 같은데, 심각하게 인공적이다. 선명하게 유선형을 이루고 있고, 머리는 어깨위로 단정하게 잘랐는데, 무스를 잔뜩 바른 것 처럼 떡진머리를 딱 붙힌 다음 한쪽은 귀 디로 넘기고, 다른 한 쪽은 한쪽 눈을 반정도 가렸다. 의상역시 Black & Red를 고집하고 있다. 이상하고, 무섭고, 부자연스럽다. 이게 컨셉이다. 대충 묘사해도 상당히 무서운 느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컨셉이라지만 가끔 방송에서 이런 식의 의상을 하고 활동했던 옛날 영상을 보게 돌 때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1집과 2집 간의 활동 기간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서 가끔 2집 의상을 입고 1집때의 노래를 부를 때가 있었는데, 참 안타까웠다.

 2집의 컨셉은 2집의 1번 트랙 몽중인을 염두에 두고 잡은 것 같다. 상처입은 영혼처럼 느껴진다. 올드보이에서의 강혜정을 보는 것 같은 비슷한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다른 앨범들에 비해서 2집에는 큰 점수를 주고싶지는 않다. 전체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노력한 흔적이 그다지 보이지 않았고, 1집과 비슷한 노래들을 하는 것 같다. 반주에서 멜로디가 찾아보기가 힘들고, 코드만 남아있는 것 같은데, 두 세마디 신디사이저로 만들어놓고, 같은 리듬을 반복시키는 것 같다. 다른 앨범에서의 박정현의 앨범의 방향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많은 곡들이 비슷하게 신디사이저와 코러스만으로 구성딘 것 같다. 실제 악기를 크게 사용한 것 같지도 않고, 쉽게 만들어진 것 같지만, 이건 컨셉의 일종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박정현의 다른 앨범들과 종합한 음악의 변화의 방향을 생각한다면, 그다지 의미있는 컨셉인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곡 배열이나 다른 점들에 있어서는 그냥 무난하다.

 컨셉이 몽중인만을 위해서 잡힌 것 같은데 다른 곡들에 너무 영향을 준 것 같아서, 그러지 않았다면 더 좋은 곡들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든다. 잘 들어보면 1번트랙과 2번트랙에서 살짝 치지직 거리는 잡음을 들을 수 있는데, 일부러 했다고 한다. 1번 몽중인에서 그렇게 한 것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2번트랙은 안 그래도될 것 같은데 괜히 햇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악평은 어디까지나 박정현의 다른앨범과 비교해서 조금 아쉽다는 뜻이고, 전체적으로 무나낳나 앨범이다. 딱히 욕 할 것까지는 없다. 롱런하는 노래도 있고, 명곡도 있다. 1집에서처럼 가사들이 솔직해서 귀엽기도 하고, 마지막 12번 트랙은 어쿠스틱 피아노반주와 영어노래라서 어느정도 전체적으로 어루만져 주면서 심플하게 앨범을 마무리를 해 준다. 반주와 악기들에게서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느낌을 주려고 신디사이저를 많이 사용한 것 같기도 하고, 알앤비의 느낌이 꽤 살아나는 것을 보니, 알앤비 싱어인 박정현을 피알하는 것도 염두에 뒀나보다.

 컨셉자체가 좀 어려운 앨버밍라 멋대로 욕해놨다가 내가 몰랐던 어떤 필연적인 이유가 있을가봐 두렵다. 마무리를 잘 해야겠다.


album



 1. 夢中人     작사: 윤종신, 작곡, 편곡: 하림
 타이틀곡이고, 컨셉이 상당히 무서운 곡이지만, 사실 노래까지 무섭지는 않다. 하지만 흔하게 볼 수는 없는 상당히 이색적인 곡이라 신경이 특히 쓰인다. 평소와는 다르게 복잡한 꺽기나 드릴같은 빠르기의 바이브레이션같은 기교들이 가급적 배제되고, 기본적인 발성만으로 노래하는데, 생떼 쓰는 듯 가늘게 고음으로 짜내는 창법이 애절한 느낌을 강조한다.

 2. 눈에뭐가     작사 작곡 편곡: MGR
 눈에 뭐가 씌여있다는 것 같다고 한다. 척 봐도 안경이나 렌즈를 쓴 것 같지는 않다. 콩깍지를 쓰고 있나보다. 사랑이 식어 버리면 제 정신을 차리게 될 테니 두렵다고 하는 걸 봐서 확실히 정신을 놓고 있는 것 같다. 역시 박정현 특유의 곡으로, 가사가 참 솔직하고 귀엽다. 데뷔 초창기때는 MGR이 앨범에 꽤 많이 참여한 모양인데, 그래서 이런 곡들이 많다.

 3. 편지할께요     작사: 노영심, 작곡 편곡: 김형석
 1집에서와 비슷한 스타일의 노래이다. 따뜻하고 플라토닉한 곡이라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있는 곡이고, 필자의 벨소리로 지정되어있는 곡이기도 하다. '이제 조용히 내 맘을 드려요. 다시 창가에 짙은 어둠은 친구같죠. 길고긴 시간의 바다를 건너 그대 품으로. 나의 그리움이닿는 곳 까지'라는 부분에선 마음이 따뜻해지며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가 있다.

 4. 전야제     작사: 윤종신, 작곡: 윤종신, 이근호, 편곡: 윤종신
 오랜만의 재즈느낌이 물씬 나는 곡이다. 블루스재즈의 냄새가 많이 나는데, 라이브로 들으면 재즈 특유의 강세를 잘 살린다.

 5. 우리가 보여     작사: 이지은, 작곡: 김덕윤, 편곡: 김형석
 순수하고 플라토닉한 사랑의 감정이 느껴진다. '우리사랑이란 말이 어색해서 자꾸 소리없이 그냥 웃지만 너도알고 있지 시작하는 우리를'이란 가사에서 순수한 사랑의 느낌이 보인다. 뒷부분에 박정현 말고는 힘들 법한 돌고래옥타브를 보여주여준다.  

 6. 고백     작사: 이지은, 작곡: 박정현, 편곡: 박인영
 현악기, 특히 첼로 위주로 반주가 진행되어서 고급스런 느낌이고, 박정현의 코러스로 살짝 부족한 느
낌을 매꾸어준다.

 7. 친구처럼     작사: 조윤희, 작곡: 김덕윤, 편곡: 황세준
 좋아하는 친한 친구와 사귀게 되면 나중에 헤어질 때 완전히 남이될까 무서워서 친구로만 지내고 싶다고 한다. 특유의 귀여운 생각이 멋지고, 직설적인 어조로 이야기해서 가사전달이 잘 된다. 가성과 진성을 미세하게 넘나드는 창법을 정교하게 잘 구사했고, 반주도 깔끔해서 듣기 편하다.

 8. 이별후 시작     작사: 강지훈, 작곡 편곡: 하림
 이별 후에 시작하는 감정들을 경쾌한 비트로 표현하고있다. 마지막에 갑자기 갑자기 노래가 딱 끊기면서 끝난다.

 9. 다신 없겠죠?     작사: 노영심, 작곡: 이현정, 편곡: 김형석
 다신 없을 사랑의 아름다운 감정을 아름다운 멜로디와 어쿠스틱에 가까운 반주들로 따뜻하게 담아낸다. '내겐 온통 세상 빛이 환해요. 지금 모든 것이 사실이겠죠. 그 말 또 들려줄 수 있나요. 언제나 행복한 노래처럼 내가 지금 구름 위에 있나요. 나는 지금 그대앞에 있죠. 이런 순간들이 또 다신 없겠죠. 지금처럼요.' 가사가 참 아름답고, 사랑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했다.

 10. 이젠 돌려줄께     작사: MGR, 작곡: 박정현, 편곡: MGR, 황성제
 박정현이 직접 코러스 한 것이 돋보이고, 황성제가, 슬슬 박정현의 앨범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림팩토리-박정현 연합이 결성될 조짐인가? 드림팩토리 녹음실에서 녹음하기도 했고, 여러가지로 얽히고있다.

 11. 바람에 지는 꽃     작사: 김유나, 작곡: MGR, 편곡: MGR, 황성제
 몇 가지 전체적인 앨범의 흐름과 일치하지 않는 곡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곡도 그런 곡들 중에 하나이다.  제목부터가 뭔가 의미심장하고, 내용도 상당히 함축적이다. 세상을 달관한 듯 바람에 지는 꽃잎처럼 변화하는 모든것들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반주도 뭔가 신비하고 한차원 다른 탈 세속적인 아주... 복숭아밭에서 장기를 두면서 듣기에 적당한 노래인 것 같다. 요즘 보기드문 명곡이지고, 난해한 곡 치고, 일단 듣기에도 거리감이 없고, 그다지 해석하기 어려운 가사는 아니라는 점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다.

 12. ordinary     작사 작곡 편곡: 박정현
 어쿠스틱 피아노반주에 맞춰 조용조용 노래부르는 박정현이 만든 영어 곡이다. 항상 앨범에 이런 곡들 꼭 있어왔는데, 다른 앨범에서도 있던 것과 다르지 않다. 편안히 듣기에 괜찮은 곡이다. 반주를 직접 했는 줄 알았는데, 2집에서는 직접 피아노를 치지는 않은 것 같다. 



P.S)오타, 문장 수정은 이따가할께요....ㅡㅜ 매번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