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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음악/사설

'무한도전 저작권침해' 벌금 200만원 내야하나?

  일단, 다른 데서도 비슷한 걸 했는데, 무한도전만 피해본다거나 어쩐다거나 하는 혹시나 있을 지 모르는 '무도빠' 스러운 행각을 좀 경계하라는 말을 전하고 시작하고 싶다.


 무한도전의 100회 특집으로 2008년 4월 12일 방송됬던 '무한도전을 빛낸 100개의 장면들'때문에 무한도전과 MBC가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의 원작자 박인호(본명 박문영)씨에 의해 소송을 당했다는 건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좋은 뜻으로 만들어 진 노래를 허락도 없이 가사를 바꿔 불렀다며 '저작권법 13조 저작인격권상의 동일성 유지권 침해 혐의'로 MBC와 무한도전을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리고 지난 9월 29일 서울 남부지검은 김태호 PD와 MBC에 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지만, MBC측은 기소내용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해 재판이 이어질 것 같아 보인다.


 일단 법적으로 무한도전 측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못했다면, 저작권 침해가 맞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으니 괜찮다거나 어쨋다거나 하는 말 모두 저작권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데에 대한 합당한 이유가 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무한도전의 경우를 살펴보니, 어쩌면 이 경우가 법적으로 저작권 침해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한도전도 나름대로 내세울 이유가 있는 듯 하고, 스스로 저작권 위반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끝까지 갈 것 처럼 보인다. 돈을 벌기 위해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단순한 패러디물일 뿐인데 이런식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박인호'씨가 원망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 이해가 간다. 



 그렇다면 이것은 누가 잘못한 것이며, 어떻게 해결 되어야 바람직한 문제일까? 그것에 대해 판단해보기 위해 우선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서, 저작권이라는 의미부터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 법은 저작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하지만 그것은 법이기에 앞서서, 윤리의 입장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것에 대해선 의미를 갖지 못하고,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또한 저작권에 대한 글로 규정될 수 없는 모호한 의미 또한 법에 대해서 큰 신뢰감을 갖지 못하게 한다. 저작권법이란 게 처음 나오기 전부터, 항상 있어왔던 저작권은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서, 윤리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실천해야 완벽해진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은 원작자의 최소한의 권위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작권을 지켜준다는 것은, 원작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준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음반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음원시장을 아직까지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상황도 이해가 된다. 저작권자의 비중이 거의 없는 배분구조, 돈 몇푼의 가치밖에 지니지 못하는 음악, 다운로드 받았다가 금방 지워버리면 그만인 무가치한 음악. 이건 '예의'의 '예'자도 찾아 볼 수 없는 행위이다. 단순히 음반관계자들이 느려터지고 시대를 못 따라잡아서 아직까지 음반시장을 무시하고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들의 권위가 인정되지 않는 음원시장에 애착을 가질 수 없고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법을 떠나서, '저작권법'은 침해되지 않았지만, '저작권'은 심각하게 손상되었다고 생각한다.

 반면 저작권 법에는 저촉되지만, 어느정도의 최소한의 '예의'를 지켰다고 생각해서 저작권자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라디오에서 틀어주는 노래들을 하나하나 녹음해서 결국 앨범 하나를 완성시킨다거나,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이나 CF의 화면을 캡쳐하거나 편집해서 새로운 패러디물 등을 만들거나 하는 행위들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상황과 반대되는 견해를 가진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음원시장에 대해서 별 반감이 없는 뮤지션들도 많고, 저작물의 단순한 캡쳐나 여타 편집행위등에 대해 소송을 걸고 나오는 사람들도 많다. 모두 인정해야 한다. '예의'의 기준은 당사자에게 있다. 예의란 상대적인 것이어서, 당사자가 판단하는 것이지, 남이 그것을 규정지어 주는 것은 아닌 것이다. 사람마다 다른 기준에 대해서 '남들은 다 괜찮은데, 왜 당신은 그걸 그렇게 느끼느냐?' 라며 비판하는 것은 성 추행을 해 놓고, '남들은 이것가지고 성 추행이라고 안 하던데, 당신은 왜 그렇게 불쾌하게 생각하냐?' 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번 무한도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박인호씨가 작곡가로서 모욕감을 받았다면 무한도전은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고 예의가 없는 경우이다. 비록 이가 저작권법을 위반한 게 아니더라도 저작윤리에는 저촉된다고 볼 수 있다.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무한도전은 박인호씨에게 공개적이든, 개인적이든 사과를 해서 그가 잃어버렸다고 주장하는 명예를 되찾아 주어야 한다. 박인호씨가 민사 소송이 아닌 형사 소송을 했고, 스스로도 돈 때문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고 밝힌 만큼 사실 이 문제는 무한도전 측과 MBC가 곧바로 사과를 했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단순한 해프닝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끝까지 '패러디'니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느니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물론 박인호씨가 단순 작곡가라기 보단, 애국자로서의 측면이 더 강조된다는 점, 왠만해선 크게 기분 나쁠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법적으로까지 대처한다는 점이 많은 네티즌들이나 무한도전 팬들의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타인의 음악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은 확실히 무한도전 측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박인호씨가 정말 음악인이라면, 무한도전과 MBC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 줄 것이고, 모든 일을 없었던 일로 만들어 줄 수도 있을 거라 믿는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사실 음악에 관련된 이런 논란들은 법적으로 해결하는 게 옳지 않다고 본다. 당사자 둘이 만나서 소주 한잔 하면서 풀어가는 게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서로에게 좋은 결말이 났으면 좋겠다.



P.S)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제같은 일이 다시 생기지 않았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