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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음악/사설

4집 가수 동방신기, 이제는 뮤지션이 될 때



 동방신기같은 아이돌 가수들의 특징은, 팬은 많지만 안티도 참 많다는 것이다. 안티팬들의 말을 대충 들어봤을 때 가장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것들은 대부분 음악성에 관한 것이다. 동방신기의 경우 이제 4집 음반까지 낸 중견아이돌인데도 불구하고, 앨범 내에서의 참여도나 영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다른 작곡가들이나 작사가들의 곡을 그대로 받아서 녹음만 하고 퍼포먼스 하는 꼭두각시라는 것이다.
 
 물론 앨범의 참여도가 낮다고 해서 가수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싱어송라이터와 싱어송라이터가 아닌 가수를 단순히 앨범에 참여하는 정도를 가지고 비교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가수란, 작곡가가 쓴 곡을 그대로 따라부르기만 하면 되는 편안한 직업은 아니다. 얼마 전 신해철씨가 동방신기의 '오-정반합'을 듣고, 작사가가 써 준 가사를 가지고 사회의 부정적인 부분을 강하게 비판하는 것 처럼 퍼포먼스를 한다고 따끔한 충고를 한 적이 있었다. 동방신기의 팬들은 신해철을 동네 개인 양 씹고 다녔었지만, 그들은 신해철의 말에 좀 더 귀를 귀울였어야 했다. 

 물론 다른 사람이 써 준 곡이라도 충분히 감정을 몰입하고 나르대로 해석해서 부를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수도 사람이니 만큼 생판 모르는 남이 써 주는 곡을 자신이 쓴 것 처럼 감정을 몰입시키거나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해석하기는 힘들다. 본인이 앨범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는 질 좋은 노래를 부를 수가 없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최소한 여러사람들이 보내 준 곡들 중에 맘에 드는 것 몇 개를 택해서 녹음하고 앨범을 내는 경우는 지양되어야 한다. 물론, 지금 동방신기가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크게 아닌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직접 곡을 쓰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꼭 안되는 실력으로 억지로 만들어서 앨범을 망칠 필요는 없다. 마음이 잘 맞는 작곡가나 작사가와 함께 일을 하면서 자신의 마음 상태나 원하는 곡들을 설명 하고, 조금씩 의견 교환을 통해 생각을 차이를 줄여가며 수정해 나가서 곡을 완성시키는 것도 상당히 괜찮은 방법이다. 물론, 제작비나 기간이 훨씬 길고, 정신적으로도 힘든 작업임엔 틀림없다. 대부분의 다른 가수들은 앨범 제작 중의 이 작업 때문에 길게는 몇 년 씩도 시간이 걸리곤 한다. 

 하지만 한류스타니 어쩌니 하며 바빠하면서 자신의 음악에는 진지한 열의를 보이지 못한다면, 결국엔 그저 인기 조금 많은 2급 가수로서 실력은 없는 주제에 춤과 얼굴을 팔아서 먹고 사는 아이돌 가수라는 딱지를 영원히 떼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동방신기는 벌서 4집 가수이다. 4집 가수인데다가 이젠 당당하게 한류스타라고 말하고 다닐 수 있을 만한 명성도 갖췄다. 그러나 당당하게 스스로를 뮤지션이라고 일컬을 만한 내실도 갖췄는지는 알 수 없다. 다른 앨범들에 비해서 좀 더 신경을 많이 썻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여전히 신인때와 비슷해 보이는 모습이다.

 아이돌 가수들 중 처음부터 밴드출신인데다 뮤지션이었던 서태지를 제외하고, 가장 모범적인 길을 걸어온 그룹 H.O.T와 비교해 보자.
 HOT도 데뷔땐 다른 아이돌 가수들과 다를 바 없었다. 전체적으로 춤과 얼굴이 되지 않았다면 그 시절의 수많은 반짝 아이돌들과 같은 운명을 가지게 됬을 것이다. 노래보단 일단 춤과 얼굴이 우선이었고, 립싱크를 했다. 소속사에서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는 꼭두각시였다. 팬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을 뮤지션으로서 그다지 인정해 주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스스로의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시작했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명성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고, 음악적으로도 발전했다. 그들이 4집을 발매했을 즈음엔 다들 작사, 작곡한 노래 몇 곡쯤은 가지고 있게 되었고, 가창력, 표현력, 해석력 등 뮤지션으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갖추게 되었다. 결국 해체하고 난 뒤에도 그것은 그들을 가수로서 계속 활동하게 해 주었고, 단순히 한 때 아이돌이었던 연예인 겸 부업 가수가 아닌, 한 명의 완전한 뮤지션으로서 대우받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러나, 동방신기의 경우를 보면 벌써 4집을 냈고, 예전같으면 벌써 해체해야 할 시점을 넘겼을 정도로 멤버들 나이도 꽤 많아졌다. 하지만 그 시간들 동안 뭘 하고 있었는지 1집에 비해 음악적으로 변화된 모습을 많이 찾을 수가 없다. 물론 앨범의 컨셉에 따른 변화는 있었을 것이고, 음악도 조금은 나아졌을 테지만, 발전 속도가 너무 느리다. 적어도 나중에 연기로 빠진다거나 할 만한 그룹인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만, 음악적인 발전에 큰 열의를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뭘 해도 무작정 좋아하는 팬들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음악적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잃어버린 것 같다. 그렇게 무작정 따라주는 팬들이 있다는 것은 어떤 음악을 해도 자신들을 좋아해줄 팬들이 있다는 의미로, 인기가 떨어질 까봐 함부로 변화를 시도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어야 하는 가수들에 비교한다면 맘 놓고 자신들의 음악적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의미의 큰 축복이지만, 그것을 현실에 안주하는 도구로 이용하게 되어서는 가수로서 축복이 아니라 가장 큰 재앙이 되어버리고 만다. 


 나이어린 소녀팬들을 몰고다니는 일에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과거의 서태지나 H.O.T 때 그래 왔듯, 10대의 우상 아이돌 가수들은 팬들을 단순 멋모르고 따라다니는 '빠순이'들이 아닌 진짜 음악을 즐길 줄 아는 진정한 '음악 팬'으로 키워야 할 의무가 있다. 지금의 아이돌 가수에 대해서 한국 대중음악의 미래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비판하는 사람들도 다 알고보면 같은 코스를 밟아온 '빠순이 선배'들이다. 그 말은 곧, 아이돌 가수는 한국 대중음악의 미래라는 뜻이다. 그들이 판단을 잘못하면 우리나라의 대중음악 전체가 잘못된 길로 접어들게 된다.

 물론 동방신기가 무작정 현실에 안주하며 편하게 가수생활 하고있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들 나름대로 서서히 변화도 시도하고 있을 것이고, 많이 바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 안티팬들의 벽을 넘어서기 위해서, 대중음악의 미래를 위해서, 그들은 서두를 필요가 있다. 갈 길은 멀고,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넋놓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자우림의 김윤아가 했던 말을 인용하자면, 동방신기는 끊임없이 팬들을 배신하는 가수가 되어야 한다. 동방신기에게 있어, (다른 아이돌 가수들에게도 마찬가지로)팬들을 배신하지 않는 것은, 곧 팬들에 대한 배신이다.

 지금까지는 지지기반을 쌓기 위해 달려왔다 치자. 하지만 이제는 무엇을 하든 든든하게 자신들을 받쳐줄 버팀목이 생겼다. 이제는 그들에게서 항상 똑같은 모습만 기대하고 있는 팬들을 배신하고, 그들만의 동방신기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5집엔 좀 더 기대를 걸어본다.



P,S) 이거 욕하는 글 아닌데, 제대로 읽지도 않고, 이상한 댓글다시면 저 삐집니다.. 지금까지 썻던 글 보면 아시겟지만 저 그렇게 과격파 아니거든요? ㅎㅎ